[정성채 기자 칼럼기고] 국가인원위원회법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상태바
[정성채 기자 칼럼기고] 국가인원위원회법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 정성채 기자
  • 승인 2020.02.14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다양한 권한과 기능을 가져서 적절한 방식으로 차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정성채 변호사
정성채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권조사를 할 수 있고,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

첫째, 전문적인 차별시정기구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접수 현황을 보면, 2001년 53건이던 차별행위 진정이 2010년 2,681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권침해 진정에 비해 적은 수로 2015년 전체 진정 건수 중 차별행위 진정은 20.4%이다.

한국사회에서 차별행위가 인권침해보다 적게 발생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진정이 적은 이유는 누군가 부당한 차별을 당해도 그것을 차별행위로 인식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어떻게 구제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차별행위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이해의 장을 넓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권리구제절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차별시정기구를 두어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차별행위를 더욱 폭넓게 다뤄야 한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차별행위 진정 전체 건 수 중 10%도 안 되는 진정만이 인용 처리되었다.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조직의 구성과 절차 등을 다루는 법이다. 차별행위를 판단할 때 어떤점을 살펴야 할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등 실체적 내용을 다루지는 않고 있다.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가령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에 관한 포스터가 어린이와 여성만 소음의 원인인 것처럼 만들어졌다면 차별적인 광고일 것이다. 그런데 포스터로 인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권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되 섬세하게 차별행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 법령과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해 다양한 권한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의미있는 권고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권고 대상 기관이나 법인이 무시되는 차별이 존속한다. 대선 출구조사원 모집 대상을“대학 여자 재(휴)학생”으로 한정한 것이 성별 및 학력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진정이 있었다. 그런데 인권위원회 결론은“학력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이었는데,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은 회사가 이미“여자”부분을 삭제했던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기간제법, 파견법, 연령차별금지법 등은 시정명령 권한을 갖추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다양한 권한과 기능을 가져서 적절한 방식으로 차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Copyrights ⓒ 다문화방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