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채 기자칼럼)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법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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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채 기자칼럼)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법 아닌가요?
  • 정성채 변호사 기자
  • 승인 2020.04.2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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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채 변호사
정성채 변호사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자신의 지위가 위협당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인식은 차별을 집단 대 집단의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남성이 여성을,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법이고 누군가의 양보를 요구하는 법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차별은 집단 대 집단의 문제가 아니다. 성차별 진정 중에는 남성들의 진정도 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간호사 채용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 성별 역할분담이 고정되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된다. 유치원에서 외국인 영어 원어민강사를 모집하는데 "only white"라는 조건을 다는 채용광고가 있었다. 이것은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인종차별은 피부색이나 출신국가, 민족의 차이를 구분하면서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문제이다. 차별은 역사적이고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차별이 존속하는 한 우리는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누군가 권리를 누리게 된다고 나의 권리가 잃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권리를 누린다고 비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헌법이 명시한 교육권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기본적 인권으로 확립해 가는 과정이다. 누군가 겪는 차별이 정당화될 때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 차별도 정당화된다. 


소수자는 한 사회가 그들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배제하기 때문에 형성된다. 그래서 소수자들이 차별 경험을 더욱 많이 얘기하게 되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결국 평등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우리 모두가 존엄한 인간으로 동료 시민이 되어가기 위한 소중한 계기이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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