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동국스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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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동국스님 칼럼
  • 유정민기자
  • 승인 2021.12.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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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스님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스님

매화 향(香)은 한 번 맡으면 쉽게 잊을 수 없다. 겨울에 홀로 피어 봄이 올 때까지 향내를 풍기는 그 꽃에서 사람들은 봄을 느낀다. 눈속에 핀 설중매를 보면 묵언(默言)의 인내가 느껴진다. 매화처럼 우리의 봄도 머지 않았으리라. 옛 시인과 선비들은 지조와 고결함의 상징인 매화를 극진히 아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세 친구란 의미의 ‘세한삼우(歲寒三友)’는 사군자인 매화, 대나무에 소나무를 더한 것이다. 이 세 나무들은 아무리 모진 한파가 와도 푸르름과 자태를 잃지 않는다. 


무릇 사람도 한결 같아야 한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내면의 진실성은 변하면 안된다. 변죽만 울리는 사람, 단물만 빼먹고 가는 사람, 뒤통수치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그 성격을 고치지 못한다. 사기치는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사기만 치다가 간다. 전생업보라고 봐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신의가 있어야 한 사람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을 받으면 한동안 고심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도 사람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혹자들이 ‘고독의 시간’이라고 하는 것 말이다. 내면 속에서 스스로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챙기고 더 강해져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누구도 이것을 도와줄 수는 없다. 참선, 명상은 내면을 찾고 마음수행하는데 효과적이다. 


시인 엘라 윌콕스(Ella Wilcox)는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짐을 덜어주는 사람’과 ‘짐을 지우는 사람’이다. 재물과 가난도 짐이고, 권력, 질병, 다툼, 고민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다 짐이라고 할 수 있다. 친하던 사람과 이별하는 것도 짐이고 직장에서 팀장이 되어 책임을 맡는 것도 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짐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그만큼 삶은 더 힘들어지는 것을 본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은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허(惺牛)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다만 내려놓으라.' 우리가 짐을 내려놓는데는 다른 어떤 사람이나 물건도 필요치 않다. 무작정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다. 불교에 ‘방하착(防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의 번뇌와 갈등, 원망, 집착, 욕심을 모두 던져 버리라는 뜻이다. 경쟁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피폐해진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문구가 아닐까. 세월을 비껴가는 사람은 없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채비를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가야할 길이라면 아무리 회피한들 결국 가게 되어 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숨거나 꼼수를 부릴 것도 없다. 나중에 다 되돌아온다. 다사다난했던 신축년(辛丑年)이 저물어간다.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동국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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