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칼럼, 관음수행법과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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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스님칼럼, 관음수행법과 겨울바다
  • 동국스님
  • 승인 2021.01.1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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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스님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스님

입춘을 지척에 앞둔 코끝시린 서해 겨울바다가 사무친다. 너른 평야의 바다는 늘 무언가를 사무치게 기다린다. 아득히 소멸하는 과거의 기억들이 산등성이처럼 밀려오고 점점이 사라진다.

​봄날의 기억은 잃어버릴 듯하면 꺼질 듯 다시 명료해진다. 밤과 낮이 변하듯 온갖 세속의 윤곽들이 파도에 휩쓸려 정화된다. 번잡한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바다의 수기(水氣)는 산에서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을 준다. 바다 전체에 온화한 기운이 고르게 퍼져있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 오래 서 있으면 파도 소리에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린다. 끝없이 철썩이는 파도의 리듬은 나의 심연 속에 들어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그 언어는 속삭임이고 삼삼한 위안이다. 

​선인들은 신선이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다. 산의 지세는 수 천리를 타고 내려와 바다 앞에서 뭉쳐 길지를 만든다. 길지는 지기(地氣)가 강한 지점이다. 호롱불처럼 신비로운 기운이 솟아나는 명당에서는 영험함이 나온다.

​옛적 의상대사는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와서 관음보살의 진신이 계시는 낙산(洛山)에 머물렀다. 지금의 양양군 오봉산이다. 설악의 한 줄기가 동해로 뻗어가 멈춘 곳이다.

​마침 푸른 새가 날아 들어간 곳을 따라 들어가니, 파도가 들이치는 절벽아래 동굴이었는데 의상은 그곳에서 7일간 머물며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 낙산사를 지었다.

​낙산사 산내 암자인 홍련암 아래에는 실제로 의상이 기도했다는 관음굴이 있다. 홍련암 법당 마루에는 기묘한 구멍이 나 있는데 용이 불법을 잘 듣도록 일부러 뚫었다는 설도 있지만 해조음(海潮音)을 듣기 위한 장치라는 의견도 있다. 

​해수사찰로 유명한 낙산사는 아름다운 오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대화재에서도 견뎌낸 높이 16m의 해수관음상은 사찰 가장 높은 곳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관음(觀音)하며 수도했던 의상에게 천수관음은 망망대해 파도였으리라. 신도들은 동해를 바라보며 부처님께 소원을 빈다. 절 후문에서 다례헌을 지나면 의상대가 세워져 있다. 의상이 절을 창건할 당시, 산세를 살피며 좌선하던 곳이라 한다.

​베트남 다낭 영흥사 높이37m 해수관음상은 이제 10년이 되는데 전쟁때 숨진 영혼을 위로하고 태풍이 불지않게 해달라는 염원으로 모셔졌다고 한다. 해수관음상을 모신 후 앞 바다에 태풍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부처님의 가피는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지다. 

​낙산사 홍련암, 서산 간월암, 남해 보리암처럼 서해안 대부도도 그만의 영험한 수기(水氣)를 뿜어내고 있다. 잠들어 있던 관음의 기운이 깨어나는 선상에 있다. 대부도는 불국토의 기운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특히 관음성지로 묻 지치고 간절한 바램이 있는 중생들의 정신과 마음 육체를 정화해 줄 것이다. 

​갓 태동하는 기운은 가장 강력하고 영험하다. 신생아가 끊임없는 생기를 만들어 내는것과 같다. 

​불교의 법화경과 능엄경에 보면 관음 수행법이란 것이 있다. 소리를 ‘지켜보는’ 관(觀)은 음에 집중한 관법이다. 관음이란 범음(梵音), 묘음(妙音), 관음, 해조음을 말한다. 물론 파도소리가 해조음이다. 자주 수기를 받고 해조음을 듣게 되면 마음속 번뇌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귀로 듣고 깨달음을 얻는 수행은 제일 간단하고 누구나 접하기 쉬운 방법이다. “진정한 삼매에 들어가려면 참으로 듣는 것으로부터 들어가야 한다.” 능엄경의 한 문장이다. 또한 속세를 벗어나 영원을 얻기 위해선 관음 수행이 필요하다는 글이 이어진다. 

​산에서 나오는 뜨거운 화기(火氣)는 바다의 수기와 어우러져 영기(靈氣)를 만든다. 자연이 내뿜는 기운을 인체가 받으면 에너지가 축적되고 정화된다. 영험한 기운을 받으면 기도가 잘 이루어진다. 

​겨울바다는 여름철과는 사뭇 다르다. 한적하고 시원한,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걸으면 도심에서의 복잡한 마음이 어느새 녹여진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만큼 생각들을 떨쳐 버릴 수 있다. 

​겨울바다를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갈매기와 노는 사람, 가족들과 힐링여행오는 사람들, 머리를 비우러 오는 사람들.

​석양에 금빛으로 물든 바다를 가만히 바라본다.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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