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코로나19시대 자비행과 리더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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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스님 칼럼, 코로나19시대 자비행과 리더의 역할
  • 다문화방송신문
  • 승인 2021.01.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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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방송신문발행인
붓다가야사 주지
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동국스님

절에 가면 함초롱이 피어난 연등을 보게 되지요. 등불은 범어로 ‘빛남’이란 뜻이 있습니다. 무명(無明)을 밝히는 지혜의 상징이란 뜻이지요. 등을 달고 불을 켜는 것이 연등입니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어둠의 통로를 지나오며 지구촌 사람들은 어느때보다 각성되고 의식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지혜로운 리더가 무명을 걷어낼 온건한 실천만이 새 서사를 일궈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무릉도원은 다만 찾아내지 못했을 뿐 우리 사회 안에 있습니다. 국민을 떠받들고 소외된 약자를 돕는 사회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무릇 리더는 "잘한다!잘한다! "아부아첨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듣기 좋은말은 나에게 독이되고 쓴 말은 약이되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리더의 위치에 올라서면 아부아첨 하는 자들의 세치혀에 내리막길을 걷고 눈과 귀가 가려져 초심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리더는 '심안心眼'이 열려 말의 진실성과 옥석을 가리는 칼같은 냉청함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큰 결정을 하기전 독단적으로 자신의 생각만 옳다하면 안되고 제갈공명같은 지혜로운 자를 옆에 두어 늘 조언을 경청하고 상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고통 받는 일체 중생을 위해서 수행도량을 짓고 법력을 써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찍이 지리산 토굴에서 혹독한 수행을 거치며 만법의 이치를 깨우친 바 있습니다. 

​제 법력은 속세에서 어려움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사용합니다. 또한 큰 자비행의 뜻을 품고 지금껏 도량 안팎으로 온갖 수고스러운 일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원효가 당나라로 가던 길을 돌려서 고국에서 정진하고 있을 때입니다. 서라벌 장안에는 대안(大安)이란 걸승이 있었습니다. 대안스님은 떠돌이 옷을 입고 저자거리를 다니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대안! 대안(크게 평안하라는 뜻)!"

하루는 정진하고 있는 원효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남산의 어느 굴에 어미 잃은 강아지가 있는데 당신이 가서 염불을 해줘야겠오."

하며 원효를 데리고 갔습니다.

과연 굴에 가니 죽은 어미 곁에서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고 울고 있는 아기 강아지들이 있었습니다. 대안이 말했습니다.

"자 이놈들이 굻어 죽지 않게 염불해 주시오."

그 말을 들은 원효는 자리에 앉아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던 대안스님이 다시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이리 나오시오. 그 강아지들은 그렇게 경을 해서는 안되오."

그러자 원효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오?"

대안 스님은 묵묵히 나가서는 죽을 끓여와 아기 강아지들의 입에다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원효를 보고 말했습니다. 

"이 놈들에겐 이것이 바로 염불이오."

​그 말에 원효는 걸림 없는 무애 실천사상의 큰 틀을 이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원효대사의 사상처럼 세상에 나와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신적·물질적으로 돕는 선행을 펼치는 것이 진정한 길이라 생각됩니다.

​무조건적 희생인 살신성인 보다는 내 가치를 더 생각하는 경물중생(輕物重生)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한 생을 살았어도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아등바등 살았는지 우리는 깨닫지 못합니다. 열심히 일해도 결국에는 후회만 남게 되는 것이 인생사입니다. 저마다 이 생에 태어난 사명이 있지만 이기심에 밀려 그저 허송세월을 보내고 맙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비가 없이 산다면 결국 인생은 후회만 남습니다. 

저는 2019년 다문화방송신문을 창간하여 사람들과 호흡하며 소외된 이웃과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며 직접 몸으로 뛰는 행을 베풀면서 부처님의 자비행과 가르침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저희가 일군 땀과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삶 밑바닥의 가난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씩 올라가면서 느끼는 희열이 더 값질 것입니다. 어렵게 얻어야 가치가 있고 소중한 법입니다. 

 

​코로나19전염병이 창궐한지 1년이 넘습니다. 신체활동이 불편한 장애인, 언어나 문화에 서투른 다문화인, 고령의 독거노인, 고아들은 몇배나 더 할나위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경제가 더욱 요동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생활고 혹은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의 수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소외된 이웃, 장애가 있는 이웃을 돕자 하면 범부들은 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을 돕냐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시기에 한끼 정도는 남을 위해 베풀줄 알고, 이쁜옷 화장품 살 돈 한번 아껴 주변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웃을 위해 쓰는 마음, 우울한 그림자에 빠진 이웃에게 전화한통, 말한마디 따스히 해줄 수 있는 마음을 쓰면 그 공덕이 한량없고, 내가 베푼 마음씀씀이만한 운이 열립니다. 

​미국, 중국,인도등의 대부호들이 재산의 일정부분을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합니다. 아예 기부재단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기부환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부자들은 기부의 값어치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더 큰 복이 채워진다는 법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정부가 발 벋고 나서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이 홀로서기하고 잘 이겨낼 수 있게 교육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배려하고 힘써야 하며 재능을 잘 살려 직무에 투입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전염병 코로나19시대는 특히 자비행이 요원한 시대입니다. 육체가 있으면 반드시 물질적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이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들이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도록 우리가 다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하고 후회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미련은 항상 우리의 마음을 옥죄이고 주눅 들게 합니다. 후회를 아무리 해본들 소용없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 소외된 자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나눠줍시다. 

​무릇 덜어내고 비워야 행복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거처를 말끔히 청소하여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나면 꼭 필요한 가구만 남습니다. 삶은 단순해질수록 좋아집니다. 집이든 머릿속이든 복잡하면 잡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물질을 움켜쥐고만 있으면 그 무게에 자신이 짓눌리게 됩니다. 물질은 나누고 고통은 함께 져야 우리 사회가 밝아질 것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새롭고 신선한 오늘의 시간을 고맙게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자비행은 맑은 마음을 소환하고 더욱 물질적 풍요를 가져옵니다. 


"코로나19전염병이 하루빨리 종식되고 묻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고통받는 중생들이 고통을 성장으로 생각할 줄 아는 지혜를 알게 하소서" . 

나모 붓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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