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칼럼, 천화동인괘(天火同人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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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스님칼럼, 천화동인괘(天火同人卦)
  • 동국스님
  • 승인 2021.01.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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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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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정문은 광화문(光化門)입니다. 궁궐들의 정문 이름에는 유독 ‘될 화(化)’자가 많습니다. ‘화’자는 백성을 정신적으로 가르쳐 감화한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빛이 사방을 뻗어 만방에 교화를 미치는 문인 셈입니다.

주역의 ‘천화동인괘(天火同人卦)’를 봅시다. 괘상이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불입니다. 불은 위로 타오르며 굳건히 떠 있는 하늘을 향해 백성들이 함께 감을 의미합니다. 상하괘가 같은 뜻을 품으니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하늘은 정직이요 자비와 사랑의 덕입니다.

겨울은 오행(五行) 가운데 물(水)입니다. 물은 북쪽이고 색으로는 흑(黑), 맛은 짠맛입니다.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물은 변화무쌍합니다. 물은 지(智)요 지성(知性)을 가진 지식인입니다. 지식인들은 으레 시름에 잠기는 우울한 특성이 있습니다.

오행은 서로 돌아가고 도와주며 견제하는 만물의 운행 원리입니다. 오행의 ‘행(行)’은 ‘운(運)’인데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하늘이 있으니 땅이 있고, 밤낮이 바뀌며 사계는 서로 돈다. 달이 차면 반드시 기울 것입니다. 상생상극의 관계는 세상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질서를 일궈냅니다.

순환과 귀결은 오행의 결과치입니다. 전체는 하나요, 하나가 곧 전체다. 모든 건 되돌아오기 마련리고  인연입니다.  인연이 있으면 만나고 또 인연대로 헤어지게되어 있습니다.

불와 물은 잘 어울릴까. 불에 물을 끼얹으면 불이 꺼져버리듯 서로 견제하지만 보완(保)해 주는 성질도 있습니다. 물이 있어야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있어야 불이 살 수 있는 것처럼 내면의 상생상극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도 오래 만나 보아야 내면을 알 수 있습니다. 잠깐 보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겉모습을 보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무엇이든 성급하면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일을 그르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화를 내는 마음은 불(火)입니다. 화는 찬 물(水)로 다스리면 좋습니다. ‘수화기제(水火旣濟)’란 말이 있습니다. 물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불은 올라가고 물은 내려오니 음양이 교합하여 이상적인 모습이 됩니다. 머리가 차갑고 배가 따뜻하면 건강해진다. 화기(火氣)가 올라오는 산 정상에 물이 있거나 바닷가에 있는 산은 기운이 좋아서 명산으로 칩니다.

불교는 마음을 통찰하는 철학입니다. 마음에 생각이 담기고 그 생각이 흐르는 강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마음을 보는 것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을 닦으면 생각을 비우고 맑게 해야 하는데 그러면 내 표정도 밝아집니다. 욕심과 자아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그래야 여유로움이 싹틉니다.

누구나 마음 한가운데 불심(佛心)이 있습니다. 맑고 자비로운 인간의 원천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상을 정확이 보려면 머릿속에 다른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창의는 여유에서 생깁니다. 내가 여유로워야 다른 새로움에 집중할 여지가 생깁니다.

여유와 게으름은 다른 개념입니다. 게으름은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귀찮거나 쉬고 싶다는 욕심에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유는 그 일을 자신감이 있게 해낼 수 있어서 마음 편안한 상태입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잠깐의 휴식과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직장 문화가 성행했습니다. 지금은 소진 사회로 변모했습니다. 에너지를 다 불태워 탈진해 버리는 번아웃 증후군도 생겼습니다.

마음을 조여 조급해질수록 업무 능률은 더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일에 자신감이 있고 즐거움을 느끼려면 내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자주 하늘과 꽃도 쳐다봐야 일도 잘 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특히 고통스럽고 힘든경험은 필연적인 우주의 메세지입니다.

연초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여유를 가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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