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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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스님 칼럼)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 유정민
  • 승인 2020.08.2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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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야사 주지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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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상청(萬古常靑). 만년을 변함 없이 푸른 사람. 요즘 들어 이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불가에서는 심행(心行)을 자주 언급한다. 마음도 몸처럼 다스려야 참된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멀리 가려면 마음을 다 잡아 유유히 가야 한다. 옛 중국 시구에 심여만고청산 행여만리장강(心如萬古靑山 行如萬里長江)이란 글이 있다. 마음은 늘 푸른 산과 같고 행동은 먼 길을 유유히 흐르는 장강과 같아야 한다.

 

삶의 모든 장면들은 다 사연 있는 풍경이다. 폭양의 안마당, 제멋대로 자라는 쑥부쟁이와 무명의 풀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 언덕 먼 발치에 올라가 서해를 내려다 보았다. 생각들이 움틀었다가는 흩어지고 이내 사라져버린다. 마음을 비워야 지혜가 열린다.

 

세상에는 두가지의 풍경이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이생의 풍경이 하나있고, 또 하나는 마음에 품은 풍경이다. 마음속에서 저 속절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창궐하고 사라질때, 글이 탄생하고 그림이 그려진다. 마음속 노트에 써 놓은 글과 그림은 이내 생동하여 꿈틀거리다 학처럼 날아오른다. 온화한 글은 평안함에서 나오고 날카로운 글은 세상사에 던지는 검이다.

 

휴식(休息)이란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무한한 활동을 견딜 수 없어서 몸이 아프면 쉬어야 하듯 마음도 쉬어야 한다. 남에게 뒤쳐질까 노심초사하여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미래가 불안해진다.

 

무릇 속마음이 편해야 한다. 아무리 쉰다고 한들 마음이 편치 않으면 소용이 없다. 생각이 많아서 머릿속이 어지럽고 근심걱정이 있으면 쉬려고 해도 잘 안 된다. 벽암록에 보면 휴거헐거 철목개화(休去歇去 鐵木開花)라는 말이 있다. 쉬고 다시 쉬면 쇠로 만든 나무에도 꽃이 핀다.

 

무릇 잘 쉬어야 좋은 글도 나오는 법이다. 마음이라는 창고에 무언가 가득 채워져 있으면 썩고 벌레가 생긴다. 비우고 버리고 쉬면 채워지는 일만 남는다. 때가 되면 채워진다. 서두르지 않아도 올 인연이면 다 온다. 보챌 것 없다. 만사 다 인연이다.

 

무릇 하되 의도를 갖지 않고 하는 것이 무위(無爲)다. 마음을 다 비운 상태다. 무위에 이르면 오히려 모든 것을 다 이룬 것과 같다(無爲而無不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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