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당신은 집착의 계곡에서 괴로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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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스님 칼럼) 당신은 집착의 계곡에서 괴로워하는가.
  • 유정민
  • 승인 2020.08.1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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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동국스님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동국스님

<동국스님 칼럼>
집착의 계곡에서 헤쳐 나오라

‘인간의 외면은 손바닥만큼 작은 것인데, 왜 모든 인간은 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부분을 더듬고 또 더듬는 것일까?’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나오는 글이다. 외모는 사람이 가장 집착하는 것 중의 하나다. 예쁜 외모가 사회에서 성공을 보장해주는 보편적 용어로 통용된 지도 오래됐다. 우리는 삶의 다양한 것들에 흠뻑 빠져서 살아간다.

 

오래된 것은 풍미를 잃고 희미해진다. 과거는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마음은 늘 허전하고 외로워서 무언가로 채워지길 고대한다. 인간의 심성(心性)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내 마음 속에 채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잠깐의 허기가 채워지면 밑창 없는 욕망의 주머니는 다시 꿈틀댄다. 아무리 채워도 갈증은 끝나는 법이 없다. 애착과 집착이 심해지면 강박과 중독이 된다. 

 

김정운 교수는 독일 사람들이 주변이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그 불안감을 무언가로 채움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재물을 가지면 그 시점엔 기쁘고 만족감이 오지만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손에서 놓아야 시기가 오면 그제야 마음에 혼란을 느낀다. 혼란은 곧 고통이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재물과 인연으로 인해 늘 상처 받고 힘들어한다. 자녀가 있어서 기쁘지만 자녀로 인해 걱정하게 되고 근심하는 마음이 생긴다. 재물은 들어오기도 하지만 나가기도 해서 생기고 소멸하는 과정 모두에서 근심을 느끼게 된다. 

 

정답은 놓아두는데 있다. 내 것을 갖고 있어도 다만 집착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행복이 찾아온다. 가진 재물이 많으면 선행도 하고 좋은 일에 사용하면서 나눠야 한다. 그러면 다 공덕이 된다. 세상 모든 것은 비우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 의도적으로 비우면 된다. 소유에 대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다만 지금 가진 것은 인연에 따라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화엄경(華嚴經)에 보면 '온갖 것에 대해 가지려는 생각을 버리면 훗날 마음이 편해지고 마침내 버릴 근심이 없어진다'고 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그저 관조하고 인정할 때 안정이 찾아온다. 만약 사랑하던 연인이 떠나서 슬픔이 복받쳐 올라온다면 어떻게 할까. 평소 같으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버렸겠지만, 잠시 뒤로 물러서서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속 생각을 잠시 억제하고, 그 생각을 내 사고의 한 ‘대상’으로 만들어서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것을 통찰 혹은 ‘위빠사나’라고 하는 알아차림 명상이라 부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느 정도 강박에서 벗어나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살면서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마음속에 욕망이 일어나면 그것을 인정하는 선에서 머물고 그것에 좌우되진 말아야 한다. 삶을 되돌아보면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아도 될 일에 번뇌하고 고통당해 왔음을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게 전부인양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것이다. 상(像)이다. 두려움이 상을 만든다. 망상(妄想)이다. 

 

우리 눈에는 남의 것이 더 많고 화려해 보일 수 있다. 남이 가진 것이 화려하고 좋아 보일 때 내 마음은 초라해진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에서 불만이 나오고 불행하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 때 욕심과 이기심이 발동한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남이 못 가진 것도 많다. 내 것 중에 남이 부러워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우리 마음은 다 상대적인 것이다. 불만족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내가 가진 장점과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동국스님>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붓다가야사 주지 

칼럼니스트

국제문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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