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법이 있는데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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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법이 있는데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가요.
  • 다문화방송신문
  • 승인 2019.12.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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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한가지의 이유로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차별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정체성은 한 사람이 중첩된 경험을 하며 살아가도록 만든다. 청소년성 소수자가 교사에게 아웃팅 협박을 당하는 상황은 성소수자이면서 청소년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차별은 단 하나의 이유로 설명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난민인 장애인, 고령의 여성노동자 등 우리는 여러 정체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개별 사유에 따른 차별 경험의 합으로만 차별을 바라보거나 여러 사유 중 하나를 선택하여 차별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각자가 겪게 되는 고유한 차별 경험을 설명하기 어렵다. 차별이 발생하는 맥락을 여러 요인과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차별이 어떤 경험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복합차별을 다룰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연령이나 성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하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조건에 차별을 겪지 않도록 규정하는 개별법들이 있다. 위와 같은 개별법들은 특정한 차별사유를 구체화하여 심화시키지만, 개별법만으로 차별이 설명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가령 장애, 여성, 노인이 직장에서 차별당했을 때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를 다룬 연령차별금지법과 장애를 이유로 하여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고용상 성차별금지법의 기로에 서서 내가 겪은 차별이 어디에 속하는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각자 다른 차별시정기구에 진정해야 한다면 너무 힘겹지 않을까? 복합적인 차별 사유 중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구제받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차별이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차별의 경험을 포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차별의 경험을 보다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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